[새해 정국 어디로] 여-여 야-야 '집안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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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4인이다. 그런 이 의장과 천 원내대표,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 사이에 미묘한 시각차와 갈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문제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사안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은 달리하지만 이부영 의장과 김덕룡 원내대표가 온건성향 또는 협상파로, 박근혜 대표와 천정배 원내대표가 강경파 또는 원칙론자로 비춰진다. 여야 간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성향이 뒤바뀐 것도 이채롭다. 4인의 이런 입장차가 국회 파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그동안의 협상과정을 지켜본 여야 의원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여당은 의원총회에서 보안법을 폐지한 뒤 형법으로 보완하는 대신 대체입법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이 담긴 대체법안 일부가 소개됐는데, 이는 이 의장이 김덕룡 원내대표와의 교감을 통해 마련한 안이었다고 한다.

이 의장은 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뒤 표결까지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천 원내대표는 달랐다. "여야 간에 공식적인 합의가 전혀 되지 않은, 한나라당의 주장일 뿐"이라고 잘랐다. 그러면서 표결을 하지 않은 채 발언대에 나선 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기존 당론(형법보완)을 고수해 버렸다. 당 관계자는 "천 원내대표는 대체입법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내에 반드시 여야 타협의 성과물을 내야 한다"고 말하던 이 의장은 이후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한나라당의 사정도 비슷하다. 김 원내대표는 30일 밤 '과거사법안과 신문법안은 연내 처리하고 보안법 문제와 사립학교법안은 내년 2월에 논의한다'는 이른바 4대 법안을 '2+2'로 처리하는 방식을 여당과 합의했다. 유리한 협상을 이끈 것으로 판단하고 김원기 국회의장 앞에서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진영 대표 비서실장 등 측근들이 협상 내용을 비판해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만 지켰다.

박 대표는 이에 앞서 오후 의총에선 "나는 과거사법안에 '북한 정권'이란 용어를 넣으려고 했는데 원내대표의 생각은 달랐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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