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최악의 81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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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황제의 표정은 참담했다.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링크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철저히 능멸했다.

21일 오전(한국시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가 끝나자 리더보드 상단에선 그의 이름이 사라지고 없었다. 공동 67위. 10오버파 81타라는 '말도 안되는' 스코어를 기록한 결과였다.

81타는 1996년 우즈가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우즈는 지금까지 스코어 카드에 한번도 '8'자를 그린 적이 없었다. 96년 호주 오픈 1라운드에서 기록한 79타가 지금까지 가장 나빴던 스코어.

단독선두로 나선 어니 엘스(남아공)와는 순식간에 11타차나 벌어지고 말았다.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잇따라 제패한 뒤 그랜드 슬램을 노리던 그의 꿈도 멀리 날아가버렸다.

AP통신은 "스코틀랜드 해안에 내린 거센 비가 우즈가 정성들여 쌓아온 성곽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고 표현했다.

"세찬 빗줄기 속에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다.5번 아이언으로 쳤는데도 공은 겨우 1백35야드(약 1백25m)밖에 나가지 않았다."

우즈는 기가 막힌 듯 푸념했다. 수은주는 섭씨 6~7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체감온도는 영하였다. 시속 40㎞를 넘는 강풍에 간간이 진눈깨비까지 흩날리는 악천후였다. 우즈는 긴팔 티셔츠 위에 바람막이까지 챙겨입은 뒤 악전고투를 벌였지만 더블보기 2개, 보기 7개(버디 1개)를 범하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허공에 골프채를 휘두르거나 우산을 내팽개치며 화풀이를 해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3라운드에서 우즈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1백97m에 불과했다. 평소 80%를 넘던 그린 적중률도 38.9%로 뚝 떨어졌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즈에게 우산을 받쳐주면서 갈아낄 장갑을 13개나 건네주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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