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차인 추녀의 복수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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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어글리 우먼 (SBS 밤 11시40분)=남진의 히트곡인 '마음이 고와야지'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라고 노래한다. 뻔한 공자님 말씀이지만 세상 인심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어글리 우먼'은 스페인 영화다. 평소 지상파 TV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유럽산 영화라는 점에서 반갑고, 또 여성의 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를 유쾌하면서도 엽기적인 화면에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즐겁다. 200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영화엔 코미디와 공포, 그리고 유머가 공존한다. 2010년 새해가 밝기 바로 전날 한 노파가 토막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현장에 남은 단서는 감시 카메라에 잡힌 수녀 복장의 실루엣 영상뿐이다.

형사 아리바(로베르토 알베라스)는 천재 박사 베르너(엑토르 알테리오)의 도움을 받아 그녀가 베르너 박사의 환자인 오테로(엘리아 가레라)임을 밝혀낸다.

그런데 오테로는 베르너 박사의 수술로 최악의 추녀에서 최고의 미녀가 된 인물이다. 얼굴이 괴물 같이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하는 남성에게 배신당했던 오테로가 미스 스페인 출신의 여성을 해마다 한 명씩 살해한다는 상상력이 독특하다.

미스 스페인 결선까지 올라간 그녀가 "인간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미구엘 바르뎀 감독. 원제 La Mujer Mas Fea Del Mundo는 스페인어로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뜻이다. 1999년.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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