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맥주'집 속속 오픈 어 맛이 다르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조그마한 제조시설을 갖춰놓고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파는 '소규모 맥주제조장(하우스 맥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하이트·OB 등 대형 맥주회사만이 맥주를 만들 수 있었다.

맥주 제조면허 시설기준이 너무 엄격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서울 두 곳에서 소규모 맥주장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지난 2월 정부가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규모 맥주제조(마이크로 브루어리)'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맥주시장에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온 것이다.

◇어떤 업체가 있나=국세청에 소규모 맥주제조 면허를 신청한 9개 업체 중 조선호텔·마이크로 브루어리 코리아(이상 서울)·코리아 브루하우스(광주)·늘함께(양산)·대흥(대구) 등 5개 업체가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조선호텔과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는 이미 문을 열었고 나머지 3개 업체도 이달 중 개장할 예정이다.

조선호텔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1층에 '오킴스 브로이 하우스'를 열었다. 5백평(4백10석) 규모의 매장 한 가운데 맥주 제조기계가 설치돼 있어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제조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한 해에 17만ℓ(5백㏄ 기준 34만잔)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으며 독일의 맥주제조 전문가와 국내 맥주양조사(브로우 마스터)가 제조를 한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코리아도 12일 서울 강남역 주변에 '옥토버훼스트(www.oktoberfest.co.kr)'를 열었다. 2백54석 규모의 대형 전문점으로 연간 20만ℓ의 맥주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코리아 브루하우스는 광주 용봉 인터체인지 인근에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맥주 판매장을 열 예정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 부근의 레스토랑 '늘함께'도 이달 중 소규모 맥주제조 시설을 설치해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어떻게 만드나=우리가 흔히 마시는 일반 맥주는 보통 담금·여과·발효·숙성·열처리 등 다섯가지 공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열처리는 완성된 맥주를 병이나 캔에 담은 뒤 60도 정도의 물을 20여분간 끼얹어 살균하는 과정이다.

소규모 맥주장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생맥주처럼 이 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맥주보다 맛이 신선하다는 것이다. 병맥주는 열처리를 해 효모가 아예 없다. 또 일반 생맥주보다 효모와 미생물이 훨씬 많이 살아 있어 맛이 깊고 진하다고 한다.

맥주를 제조하는 기계를 설치하는 데는 3억~5억원의 비용이 든다. 임대료·실내장식 등을 고려하면 초기 시설투자액이 업소당 10억원 내외가 든다.

◇일반 제품과 다른 점은=병맥주의 획일적인 맛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다양한 맛의 맥주를 제공한다.

소규모 양조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원료(맥아·효모·호프 등)와 용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업소마다 개별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종류가 많다.

특히 숙성 후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저온에서 자연 여과시켜 맥주에 효모나 비타민·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막걸리처럼 걸쭉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알콜 도수는 일반 맥주(4도)보다 약간 높은 4.6도 내외다.

기존 맥주가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옥수수 전분을 30% 가량 첨가하는 미국식 맥주인 반면 마이크로 브루어리 맥주는 1백% 보리로 만들어 맛과 향이 훨씬 진하다.

◇어떤 종류가 있나=업소별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옥토버훼스트는 호프를 많이 넣어 호프향을 강조한 '필스 비어', 밀을 주원료로 사용해 과일맛이 나고 흰색을 띠는 '바이스 비어', 바이스 비어에 딸기시럽을 첨가한 '베를리너 바이스 비어', 훈제 맥아를 사용한 흑맥주 '둥클레스 비어' 등 네 종류를 내놓았다.5백㏄ 한 잔에 3천9백~5천6백원이다.

조선호텔은 거품이 크림 같이 부드럽고 투명한 살색을 띠는 '헬네스', 과일 맛이 나는 호박색의 '해비와이젠' 등 네 가지를 한잔(4백㏄)에 4천8백원에 팔고 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