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OS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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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팬에게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의 이름은 친숙하다. 1984년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이래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선 어김없이 그의 선율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

일본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작(2천4백만명)이자,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최초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두 사람은 일곱 번째 만나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이뤄냈다. 이 사운드 트랙에 실린 20곡은 음악만 들어도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영상적이다.

일본 국립음악대학 작곡과 출신인 히사이시의 음악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기교 속에 풍성한 감정이 녹아있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특히 뉴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웅장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이 곡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는 평이다. 피아노 연주는 대부분 히사이시가 직접 했다.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 자체의 내용 때문인지 음반에 실린 연주곡들은 대체로 무거운 느낌이 든다. 맑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첫곡 '어느 여름 날'도 묘한 긴장감이 점차 파고를 높여가며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의 서막을 표현하고 있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그날의 강', 관악기의 유머러스한 리듬이 살아 있는 '보일러 벌레', 코러스가 이국적 신비감을 더해주는 '신들' 등도 돋보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마지막 자막)에 사용된 기무라 유미의 노래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원래 사운드 트랙에는 테마곡으로 포함돼 있지만, 국내판에는 일본어 가사 사용의 제약 때문에 빠졌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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