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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다녀왔습니다] 대만製 486컴퓨터로 자료 검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앙일보는 지난 6월 한달 동안 두차례에 걸쳐 방북(訪北)취재 기회를 가졌다. '남북연합 예배'를 위한 한민족복지재단 소속 회원들의 방북(14~18일)과 북한 지원 물품의 모니터링을 위한 경기도 천주교 수원교구의 방북(25~29일)에 참가한 것이다. 그중 김일성종합대학 방문기와 양강도 삼지연읍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주택개량 사업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교재 보급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교재내용을 보고 있더군요."

지난달 17일 평양 대성구역 용남동에 위치한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했던 전숙자(田淑子·이화여대)교수의 말이다.

田교수를 비롯한 한민족복지재단 소속 회원들과 장달중(張達重·서울대)교수 등 남측 인사 15명은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방북기간 중 우여곡절 끝에 이날 이 대학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1시간30분 가량의 제한된 시간 내에, 제한된 장소만 둘러볼 수 있었지만 북측 안내원은 "남측 손님들에게 큰 배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학 총장을 비롯한 남측의 많은 학자가 김일성대학 방문을 신청했으나 북한 당국이 학교 출입을 불허해 정문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단이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도서관 내 자료검색실이었다.여기선 학생들이 대만제 상표가 붙은 486급 컴퓨터 20여대(모니터 14인치) 앞에서 열심히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보는 책이나 사용하는 학용품은 질이 상당히 낮아 보인다는 게 방문단의 공통된 견해였다.

田교수는 "인민(초등)학생에게는 교과서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고 이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의 지질도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비해,대학 교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면서 "IT나 의료 분야 관련 책을 지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관 내에 있는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께서 보내주신 선물관'에는 조선곰을 비롯, 검독수리·동양산양 등 희귀 동물들이 박제된 상태로 전시돼 있었다.

남한의 조류전문가인 경희대 원병오(73) 명예교수의 부친으로 북한 과학원 생물학 연구소장을 지냈던 원홍구 박사에게 김일성 주석이 선사했다는 사냥총 등도 눈에 띄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1946년 10월에 문을 열었지만, 개교 당시에는 학생들이 평양시내 여러 건물에 흩어져 공부를 했습니다. 1년 뒤인 47년 9월 위대한 수령 김일성 주석께서 이 대학이 위치한 용남산에 올라 '전망이 아주 좋고 부지가 넓어 새 교사를 짓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직접 터를 잡아주신거죠."

이 대학 역사학부 29회 졸업생인 이순영(48)씨의 설명이다. 개교 당시 가장 큰 애로는 교원 확보 문제였는데,金주석이 직접 교원 위촉장을 보내 68명의 교원을 어렵사리 확보했다는 것.

7개 학부,1천5백명의 학생으로 출발한 김일성 종합대학은 현재 컴퓨터과학대·법률대·문학대 등 3개 단과대학·13개 학부에 1만2천명의 학생이 있다. 교원수는 5천5백명이고, 이중 교원연구사가 2천5백명이다.

평양=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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