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공무원人事 이변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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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철옹성 같던 일본 공무원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연공서열 철폐, 민간인이나 타부처에 문호 개방, 임용제도 개혁, 낙하산 인사 철폐 등 인사제도 개혁을 노린 수술 바람이 거세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가스미가세키(霞ケ關·일본 관청가)에 이변 속출'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종합적인 공무원 제도 개혁안을 내년 국회에 제출해 총리 주도 체제의 인사제도를 2006년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가시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다카키 쇼키치(高木祥吉) 금융청 감독국장이 고시 1년 선배인 하라구치 쓰네가즈(原口恒和)총무기획국장을 제치고 금융청장관으로 기용됐다. 또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재무상이 2년 임기가 끝난 무토 도시로(武藤敏郞)사무차관을 유임시키는 등 전례 없는 인사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도 철폐 대상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간부급 공무원이 정년(60세) 전인 53~54세에 조기 퇴직하고 산하 기관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을 없애도록 했다. 관리들이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액의 급여와 퇴직금을 챙겨온 조기 권장 퇴직 관례를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도다.

반대로 능력이 있고,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부처를 옮길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

그러나 공무원 인사 개혁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채용 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정부 행정개혁추진사무국은 16일 인사원이 고시를 통해 인재를 일괄 선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부처의 면접시험을 중시하는 개선안을 만들었다. 필기시험의 비중을 낮춤으로써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무원 인사 개혁의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구조 개혁을 인사로 돌파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계산이 깔려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太郞)전 총리를 비롯해 과거 내각에서도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조기 권장 퇴직 관례 등을 타파해 총리의 개혁 정책을 부각한다는 것이다. 또 "특권 의식이 강하고 부처의 이익만 챙긴다"는 국민의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관료들은 "정치권이 관료 사회를 지배하겠다는 발상""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에 충성하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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