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취업 합법화 中동포 2만여명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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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17일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 방안은 산업연수생 정원을 늘리고 서비스업에는 말이 통하는 해외동포의 취업을 허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 3월 이후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떠난 뒤 생길 인력 공백을 메워 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1993년 제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국내 취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99년 이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다른 직장, 특히 유흥업소로 이탈하는 불법 체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보다 못한 정부는 올 초 이들에게 자진 신고를 받아 내년 3월 말까지 강제 출국시키기로 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이에 대한 보완 조치다.

제도 개선으로 제조·건설·농수산업은 1만8천7백5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더 고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중국동포 2만1천여명을 포함, 3만5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음식점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는 해외동포들의 경우 음식점에서도 합법적으로 일 할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산업연수생 숫자를 늘린다고 높은 임금의 다른 사업장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서비스업 취업 어떻게 하나=해외동포의 서비스업 취업을 허용한 것은 노동시장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지금도 변호사·기술자 등 전문기술인력(3월 현재 2만5백명)에겐 취업 비자를 발급해 주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자격을 갖춘 해외동포가 국내에 취업하려면 우선 법무부에서 방문동거체류자격(F1)사증을 받은 뒤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취업 신청서를 내야 한다. 이 경우 국내에 취업하더라도 사업장을 옮기거나 가족을 데려오지는 못한다. 이들을 채용하려는 국내 기업도 고용안정센터에 구인 신청을 해야 한다. 내국인을 채용하려 해도 1개월 이상 사람을 구하지 못했을 때다. 또 ▶산재보험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임금 체불이나 불법 고용으로 처벌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

고용 인원은 상시 근로자가 5인 이하인 기업은 2명 이내, 6~10인은 3명 이내, 11~15명은 5명 이내, 16~20명은 7명 이내, 21명 이상이면 10명 이내까지 가능하다.

◇사후 관리 강화=근로자를 보낸 나라가 인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는 그 나라 인력을 받지 않거나 할당 인원수를 줄이는 등 벌칙을 강화했다. 또 연수생의 계약 이행 보증금을 이탈률과 연계해 1백~3백달러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모범 연수생은 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최장 1년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해 줄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한 기업은 외국인력 고용을 못하고, 정책자금 지원·신용 보증·산업연수생 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없나=올 초 자진 신고한 불법 체류자 26만6천여명이 내년 3월 말까지 모두 돌아가면 정부 계획대로 추진해도 6만명에 가까운 인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 박철곤 복지노동심의관은 "불법 취업자 중 상당수가 유흥업 등에 있으면서 거짓 신고한 점을 감안하면 인력 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제조업보다 임금이 높은 서비스업에 취업을 허용한 것은 불법 체류 동기를 키우고 사후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문제가 된 노동착취·인권유린·사업장 이탈 대책도 미흡하다. 민주노총은 성명서에서 "인권유린·노동착취 등 각종 문제를 낳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확대·강화하지 말고 노동 허가제 도입 등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상훈·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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