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새총장 정운찬 교수:교수들 도덕성 강조 "개혁 바람 불것"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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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운찬(鄭雲燦·56·사진)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6일 국무회의에서 제23대 서울대 총장으로 확정됐다.

그는 6월 20일 열린 서울대 총장선거에서 1위를 차지해 2위인 송상현(宋相現)법대 교수와 함께 복수후보로 추천됐었다.

鄭교수는 개혁적인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평소 학교강의뿐 아니라 외부강연과 신문기고 등을 통해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재벌에 대한 강한 규제를 주장해왔다.

지난 2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에 취임한 그는 5월 초 이기준(基俊)전 총장이 사외이사 파문 등으로 중도 퇴진하자 총장직 도전을 선언했다. 당초 주변에선 다섯명의 출마자 중 나이가 가장 젊고 행정경험도 짧아 고전할 것으로 봤으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6월 20일 열린 선거에서 그는 총 투표수 1천2백10표 중 6백67표(득표수 55.1%)를 획득, 선거를 1차에서 끝냈다. 개혁성향과 폭넓은 인간관계가 반영된 결과였다. 선거과정에서 그는 서울대 위상 하락의 원인으로 도덕성 추락을 꼽았다.

그는 "최근 들어 교수들이 지나치게 돈을 밝혀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며 지성의 권위 회복을 강조해 왔다. 또 전임자가 일선 교수들과 잦은 갈등을 빚었던 점을 의식해 '교수의회'구성 등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학사정원 감축''모집단위 광역화'등과 관련해 서울대의 장래에 대한 비전 없이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밝혀 교육부와의 갈등도 예고했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지언으로 분류되는 鄭교수는 조순(趙淳)전시장에 이어 학교에서 화폐금융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학도들의 필독서인 『거시경제학』의 저자이기도 하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7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이 기간 중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위원장과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활발한 외부 활동을 해왔다.

서울대 교수로는 드물게 진보적 지식인 그룹을 대표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회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변에선 그의 총장 취임과 함께 서울대에 개혁 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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