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은퇴’한 옛 서울역사,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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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상의 소설 ‘날개’에 등장했던 구 서울역사 2층의 ‘서울역 그릴’. 해방 후 달린 화려한 샹들리에 대신 1925년 당시의 단순한 조명을 복원해 설치할 예정이다. [박지혜 인턴기자]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구 서울역사(사적 284호)의 복원 현장이 14일 공개됐다. 1925년 문을 연 구 서울역사는 2004년 KTX역사가 준공되기 전까지 80년 가까이 승객을 맞이하고 은퇴했다. 교통·운송의 혁명이자, 일제강점기 수탈의 수단이었다. 열차 지붕까지 만석이었던 6·25 전쟁 당시 피난 행렬,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離村向都)의 기억을 담은 역사적 건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3월까지 구 서울역사를 1925년 준공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절반 가량 공정이 진행됐다. 복원에 참여한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는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아름다운 공간 자체를 드러내고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복원한다”고 설명했다.

구역사의 상징적 공간인 1층 중앙홀은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중앙홀 옆의 1·2등석 대합실과 귀빈실, 부인대합실 등은 서울 근·현대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역사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귀빈실은 70년대까지 대통령이 머물던 공간이고, 부인대합실은 1·2등석을 이용하던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안 교수는 “귀빈실은 대통령과 시민의 접점이 된 거의 유일한 공간”이라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귀빈실을 사용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세기 초 서울에서 가장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꼽혔던 ‘서울역 그릴’은 전시·대관용으로, 돔형 지붕 아래의 철골구조 공간은 설치미술 공간 등으로 이용된다. 6·25때 파괴된 중앙홀의 천창엔 현대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한다. 130석 규모의 대중음악 공연장, 기찻길 옆 노천 카페 등도 마련된다.

글=이경희 기자·안동훈 인턴기자
사진=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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