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활기-"어학 연수보다 배울 게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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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필리핀의 제2도시 세부에서 세시간 가량 차로 산악길을 타고 들어간 론다의 산골마을. 지난 1일 중앙대 의료봉사팀이 이 마을 초등학교 교실에 정형외과·피부과·소아과·내과·약국 등을 갖춘 임시병원을 열자 이른 아침부터 주민 수백여명이 몰려들었다.

운동장에 마련된 접수대에는 평생 처음 의사의 진료를 받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피부과 전공의 김준범(28)씨는 "소독약조차 없어 짓무른 손을 내버려두고 있는 걸 보니 안타깝다"며 비지땀을 흘리며 환자들을 치료했다. 일반봉사팀 대학생 20여명은 학교·시장 등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방역작업을 하는 한편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노래·무용을 가르쳤다.

중앙대 팀의 해외봉사는 올해로 세번째다. 지난 1일부터 열흘 동안 론다지역과 세부 인근지역에서 의료·방역·교육 봉사활동을 펼쳤다. 숙소에서 모기와 싸워야 하는 데다 식수·전기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고달픈 봉사활동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신청자는 모집인원의 열배에 이르렀다.

어린이 지도반으로 참여한 김소민(22·영문4)씨는 "유럽 배낭여행도 생각해봤지만 해외 오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의 해외봉사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학들은 경비를 지원하고 국내 NGO들은 해외 NGO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배낭여행·어학연수 못지 않게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와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회장 박찬석 경북대 교수)가 함께 운영하는 대학생 해외봉사 프로그램에는 올해 2백37명의 대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지도교수 등 모두 2백52명이 해외 8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인다.

이번 봉사단은 1997년 중국·러시아·베트남·방글라데시 등 4개국에 파견했던 제1기 1백30명에 비해 대상 국가와 봉사단의 숫자가 두배로 늘었다.

2명의 의료진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된 올해 첫 봉사단은 지난 9일 방글라데시로 떠났다. 이 봉사단은 오는 29일까지 농촌 지역인 시라지간지에 머물면서 해외원조단체인 한국이웃사랑회의 지원을 받아 무료진료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컴퓨터·영어·태권도 등을 가르치고 현지 대학생들과 문화교류활동도 벌인다.

방글라데시 봉사단에 이어 14일에는 태국 봉사단 29명이 메슈에이 지역으로 떠났고, 15일에는 중국과 필리핀 봉사팀이 연해주와 디라루파안시로 떠난다. 이후 러시아(17일·연해주 호롤군)·키르기스스탄(21·비슈켁)·몽골(22일·울란바토르)·베트남(31일·호치민시)으로 차례로 떠난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은 다음달 말 7기 단원 37명을 인도·네팔 등 11개국 16개 단체에 파견한다.

다음달에 53개국 81개 NGO들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한국 유네스코에는 이달 초에 이미 지난 한해 신청자 2백64명을 초과했다.

80여개국에서 2천5백여개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국제워크캠프기구(IWO)는 이달 초까지 지난 한해 동안의 3백75명보다 많은 5백여명을 해외 봉사지역으로 파견했다.

대학사회봉사협의회 기획위원인 이성철(45·남서울대)교수는 "해외 봉사활동은 봉사와 함께 현지 주민들과 문화교류도 할 수 있는 기회여서 해마다 학생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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