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푸둥·싱가포르 경제특구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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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첨단기술의 외국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한다."

중국 상하이(上海)시 푸둥(浦東) 신취(新區·경제특구)의 경제무역국 투자유치담당 부국장 웨이청밍은 일단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다는 의사만 있으면 기업활동에 불편이 거의 없도록 해준다고 장담한다.

"중국 개혁·개방 전략의 성패가 푸둥 신취 개발에 달렸다. 푸둥은 외국기업을 끌어들여 중국 전체를 발전시키는 창구다. 그런데 기업활동이 불편하면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는가." 기업 마인드로 똘똘 뭉친 공무원이다.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청장을 비롯한 간부 전원이 해외출장 중이다." 싱가포르의 물류 산업을 주관하는 항만청(PSA)의 발레리 목 홍보부장은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기왕에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외국선사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는 일이 PSA의 주 업무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간부들이 직접 전세계를 발로 누비며 싱가포르의 물류 산업을 팔러 다니는 셈이다." 우수한 외국 기업을 끌어들여 '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이 되려는 주요 도시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관계기사 35면>

21세기 아시아 경제의 중심 역할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 경쟁에 홍콩·싱가포르·중국 푸둥이 먼저 뛰어든 가운데 한국도 뒤늦게나마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종도·송도·김포를 묶는 경제특구를 개발해 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푸둥·싱가포르의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한국의 도전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눈치다. 이미 10년쯤 앞섰다는 여유일 수도 있고, 한국이 서둘러봐야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대륙을 향한 활시위'-. 중국이 10년 전부터 전략적인 경제 거점으로 키우고 있는 상해시 푸둥 경제특구를 일컫는 말이다. 푸둥 신취 내 진차오(金橋)수출가공개발구의 안내를 맡은 자네트 리우 대외업무부장은 "삼성전자 같은 한국의 첨단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다면 진차오 개발구가 최적지"라며 공단 부지와 주거여건을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진차오 개발구에는 단지 내 요충지에 인공호수와 섬으로 구성된 첨단 연구소 부지를 조성해 놓았다. 그 옆에는 미국이나 유럽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법한 외국인 최고 경영자(CEO) 전용 주거단지가 있다.

리우 부장은 "아시아 지역본부의 CEO 급이라면 이 정도 주택에서는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임대료가 만만치 않지만 벌써 입주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는 웨이청밍 부국장의 장담이 빈말이 아니었다. 도저히 사회주의 국가의 고위간부 말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융통성이다.

중국 푸둥·싱가포르=김종수·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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