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돈 벌려 했으면 정치 안 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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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공영방송 ‘프랑스2’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파리 로이터=뉴시스]

“다른 손님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

니콜라 사르코지(57) 프랑스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대주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었다면 정치가 아닌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2일 저녁(현지시간) 공영방송인 ‘프랑스 2’에 70분간 출연했다. 그는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의 테라스에서 유명 뉴스 진행자인 다비드 퓌자다스와 대담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앞 20분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에, 이후는 정년 연장 등의 개혁 정책에 대한 옹호에 할애했다.

그는 파리 근교의 부촌인 뇌이쉬르센 시장 시절 지역 주민인 로레알 대주주의 집에 여러 차례 방문해 돈이 든 봉투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로레알 창업자의 딸인 릴리앙 베탕쿠르(87)의 전직 개인회계사가 그렇게 주장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 회계사는 “언론이 내 말을 과대 포장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대선 캠프의 자금 모집책이었던 에리크 뵈르트 현 노동부 장관을 통해 베탕쿠르에게서 15만 유로(2억3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뵈르트 장관은 그의 부인이 베탕쿠르 재산관리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해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뵈르트 장관을 “정직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하며 인사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뵈르트의 탈세 관여 의혹과 관련, 정부의 내부 조사에서 뵈르트 장관이 베탕쿠르의 탈세를 도운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에게 겸직하고 있는,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재정위원장직에서 물러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베탕쿠르는 탈세를 위해 7800만 유로(약 1185억원)를 스위스 은행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 인터뷰가 방영되기 수시간 전 사법당국은 베탕쿠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국가의 최대 경축일인 ‘혁명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TV에 등장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최근 조사에서 26%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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