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돌아오는 농촌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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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북 칠곡군 가산면 유학산 아래의 학림초등학교.

지난해 초만 해도 전교생이 60여 명에 지나지 않아 존폐가 거론되던 작은 농촌학교였다.

전교생은 요즘 영어를 3중으로 공부한다. 수업 시간 영어는 기본이다. 방과 후엔 3학년부터 요일별로 원어민의 영어 수업이 마련된다. 여기다 지난해 입국한 뉴질랜드 여대생 니콜이 전교생에게 또 영어를 가르친다. 모두 무료다.

학림초교 학생들이 뉴질랜드 니콜 강사와 함께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학림초교 제공]

학림초교 문정욱(58) 교장은 “작은 학교 지원 예산으로 수십만원짜리 영어 과외를 받는 셈”이라며 “원어민과 어울리며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적은 학생 수가 오히려 영어를 배우는데 유리하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컴퓨터와 스포츠 댄스, 태권도 등 재능을 길러 주는 방과 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지난 겨울에는 행복부문 최우수교로 지정돼 받은 상금 700만원으로 스키도 체험했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오후 6시에 열리는 반딧불교실에서 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공부가 뒤처지는 1∼3학년은 방학 중 기초 튼튼캠프에 들어간다.

학교는 마을의 문화센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마을도서관 운영을 맡아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학생들이 부모와 같이 책을 읽고 빌린다. 지난해만 500여 권이 대출됐을 정도다. 넷째주 금요일엔 도서관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이따금 음악회도 열린다. 학림초교는 기초학력이 탄탄해지고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 알찬 학교로 점차 입소문이 났다.

덕분에 지난해 63명이던 재학생은 올해 81명으로 늘었다. 또 3명이던 유치원생은 11명으로 불어났다. 공단이 가까워 해마다 구미로 떠나던 학생들은 하나 둘 학림초교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돌아오는 농촌학교’가 된 것이다.

문 교장은 “더 많은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올해는 인근 2개 학교와 음악·체육 과목을 공동 운영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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