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살리고 노후 대비 … 40·50대 주부 창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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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반월당의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 가게에서 김인숙씨가 인테리어 스티커제품을 보여 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중구 반월당 네거리의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가게가 눈에 띈다. 점포 안 벽도 온통 스티커로 장식돼 있다. 꽃·동물 모양, 기하학적 무늬 등 미술 작품을 전시한 듯하다. 이 점포는 입체감이 나는 것에서 타일 문양 등 다양한 종류의 ‘인테리어 스티커’를 판매한다. 유리나 벽에 붙여 손쉽게 집안을 장식할 수 있다. 스티커를 떼도 끈적거리는 접착제가 남지 않아 반응이 좋다.

이 가게 주인은 김인숙(51)씨다. 그는 지난 3월 점포를 열었다. 전업 주부였던 김씨가 창업에 눈을 돌린 것은 두 자녀가 대학생이 되면서다. 시간이 많아지자 노후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지인을 통해 인테리어 스티커를 알게 됐다.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하지만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스티커 전문점을 열기로 했다. 그의 월 평균 수입은 500여만원. 김씨는 ”어린이 방 하나를 꾸미는데 2만∼3만원이면 될 정도로 저렴해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 창업에 큰 돈도 들지 않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김씨처럼 창업에 관심을 갖는 주부가 부쩍 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40∼50대에서 두드러진다. 자녀를 키운 뒤 취미를 살리거나 노후를 대비하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대학이나 지자체에서 마련하는 각종 창업 강좌도 한몫하고 있다. 업종도 식당 등 외식 분야에서 온라인 쇼핑몰 운영, 건강식품, 스포츠용품 판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1시 계명대 의양관 307호 강의실. 30∼50대 남녀가 창업 전문가인 계명대 김영문(경영정보학)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강의 내용은 ‘점포와 웹사이트 홍보 방법’. 40명의 수강생 중 여성이 15명으로 대부분 40∼50대였다. 여성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다고 한다.

전업 주부였던 김소희(44)씨도 지난해 창업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지난해 4월 달서구 용산동에 건강식품 판매점을 열었다. 한 대학에서 만든 홍삼·비타민 등 건강식품을 판매한다. 4개월 뒤에는 인터넷 쇼핑몰도 열었다. 홍보와 판매를 동시에 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노후를 대비해 3000여만원을 들여 가게를 열었다”며 “그동안 고객이 많이 늘어 수입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섣불리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점포 창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적은 아이템을 고르고, 주변 시장 조사도 철저히 하라고 조언한다. 또 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말라고 주문한다. 창업 현장을 3∼5곳 방문해 수익성을 분석한 뒤 창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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