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무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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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음악사에서 낭만주의는 대작(大作)의 시대인 동시에 소품(小品)의 전성기였다. 멘델스존이 피아노 독주를 위해 남긴 48곡의 소품'무언가(無言歌)'가 대표적 소품이다. 가사만 없을 뿐 저절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멜로디가 흘러넘친다. 피아노는 감상적인 분위기를 가사 없이 노래하는 가수로 변신한다. 알프레드 피아티 등 수많은 첼리스트들이 '봄노래'등 '무언가'에 실린 주옥 같은 선율을 첼로 독주로 편곡, 연주했다.

슈베르트·브람스의 가곡 선율을 녹음한 음반을 '무언가'라는 제목으로 선보여 왔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이번엔 '오리지널 무언가'에 도전했다. 가장 유명한 '봄노래'를 비롯, 첼로 앙코르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D장조 작품 109 등을 유려한 첼로 선율로 녹음한 것. 멘델스존은 D장조 작품 109를 첼리스트인 동생 파울을 위해 직접 편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성악곡이었지만 플루트 독주 등 다양한 편곡으로 널리 연주되는 '노래의 날개 위에'와 가곡 '슐레이카'등도 수록했다.

사실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는 당시 아마추어 첼리스트인 러시아 백작 마티유 빌홀스키를 위해 작곡해 난해한 기교의 과시와는 거리가 멀다. '무언가'의 정신과 잘 통하는 작품이다.

마이스키와 명콤비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제자 세르지오 티엠포가 이번 음반의 반주를 맡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매력으로 충만한 멘델스존의 선율은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에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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