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프리카' 첫 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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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리카를 39년 동안 대표해 온 아프리카단결기구(OAU)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를 대신할 아프리카연합(AU)이 9일 공식 출범한다.

외신들은 8일 "아프리카 각국 정상과 외무장관 50명은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국가수반 및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AU를 발족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OAU론 안된다"=새로운 기구는 '무력했던 OAU를 떨쳐내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1963년 엄격한 비동맹주의 노선을 채택하며 결성된 OAU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권 수호'와 '내정간섭 방지'를 내걸었다. 그러나 OAU는 53개 회원국 사이의 유혈분쟁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고, 특히 94년 발생한 르완다 학살에도 이렇다할 역할을 못해오면서 무력감에 허덕여 왔다.

이같은 상태에서 최근 주요8개국(G8)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의 조건으로 '민주주의 정착과 통치능력 개선'을 내걸면서 주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 동반자관계(NEPAD)'를 마련한 것도 새 체제 출범의 바탕이 됐다.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의 외무장관들은 AU체제 아래 인권남용·종족분쟁·대량학살 등을 방지할 '평화안전보장위원회'라는 이름의 강력한 안보기구를 두는 데도 합의했다. 초대 AU 의장에는 남아공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꿈이 문제'=AU는 앞으로 중앙은행·사법재판소·의회 등 범아프리카적 기구를 설치해 EU처럼 단일 정치·경제 공동체를 만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내부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점.

'평화안전보장위원회'도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문제해결에 결정적 요소인 무력(武力)을 얼마나 갖출지가 불투명해 뿌리 깊은 종족분쟁과 국가간 갈등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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