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문화 '脫알콜'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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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솔교육 마케팅부는 지난 3일 회식을 '대학로에서 연극 관람→간단한 식사'로 진행했다.

학습지 업체로 업무 특성상 자주 하는 방문교사들 간 회식을 이처럼 영화 관람·탁구대회 등 건전한 모임으로 대체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마구 마셔대는 음주 회식이 일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상사도 이달 들어 회식 때 폭탄주 돌리기를 없앴다. 다른 계열사에서 성희롱 파문이 빚어진 것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윤리강령이 선포된 뒤 여성들에게서 원성을 들어온 회식 문화를 바꾼 것이다.

이 회사 홍보팀 남지영(22·여)씨는 "폭탄주와 어두침침한 단란주점 2차가 없어지면서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회식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술판 위주의 고질적인 회식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기업들 사이에 활발하다. 두드러진 특징은 '탈(脫) 알콜'이다. 특히 주5일 근무가 시작되면서 통상 음주의 날로 여겨온 '금요일 회식'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시민단체인 한국 여성민우회가 지난달 말 시작한 '회식 문화 바꾸기' 캠페인에는 벌써 단암전자통신·우림광고기획·대구백화점·코리아닷컴 등 20여 업체가 참여를 선언했다.

캠페인은 회식 때 ▶술잔 안 돌리기▶퇴폐업소 안 가기▶여직원 성희롱 금지▶2차 안가기 등이 주 내용이다. 여직원 성희롱엔 술 따르기 강요나 끼워 앉히기,블루스 추기 권유 등이 포함된다.

캠페인에 동참한 한국존슨은 한발 더 나아가 회식 일정을 한달 전에 미리 잡기로 했다. 불쑥 이뤄지는 상사의 회식 제의가 사실상 강제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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