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가 ‘입으로 전한 16자 친서’ 후진타오는 어떤 답장 보내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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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대만(양안) 관계의 해빙 이후 양측 최고지도자들의 의사소통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우보슝(吳伯雄) 국민당 명예주석을 통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16자의 한자로 구성된 구두 친서를 전했다고 12일 홍콩 봉황(鳳凰) 위성TV가 전했다.

11일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양안 경제무역포럼 행사에 참석한 우 명예주석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후 주석과의 회견 자리에서 마 총통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구두 친서에는 ‘현실을 직시하고 신뢰를 쌓는 한편 차이점은 남겨두고 같은 것을 추구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정책을 계속 만들어 가자(正視現實 累積互信, 求同存異, 續創雙贏)’라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의 대외관계 원칙 때문에 양안 정상 간의 만남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간격을 구두 친서를 통해 메우려 한 것이다.

마 총통은 친서에서 상호 대치하고 있는 군사·안보적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신뢰 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미 F-16 전투기 구매 추진 같은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지 말고 상호 관심사부터 풀어가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체결된 양안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처럼 당장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자는 의미였다.

대만 국립 정치대 경제학과 웨이아이(魏艾·양안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 교수는 구두 친서의 내용과 관련, “경제 문제에선 한 발 전진했지만 정치·군사·안보 분야는 현상태를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메시지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선 16자로 구성된 구호나 정책방침이 많다. 국가 정상 간에 16자로 구두 친서를 주고받는 경우도 특수관계인 양안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16자 구두 친서는 후 주석이 먼저 보냈었다. 2008년 4월 국민당 롄잔(連戰) 명예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신뢰를 쌓고 다툼을 멀리하며 차이점은 남겨두고 같은 것을 추구하며 함께 윈윈을 만들어 나가자’고 16자로 말했다.

지난해 7월 마 총통이 국민당 주석으로 당선되자 중국의 후 주석이 축하 전보를 보냈다. 마 총통은 전보를 받은 당일 16자 메시지를 전보에 담아 화답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신뢰를 쌓고 다툼을 멀리하고 함께 윈윈을 만들어 나가자.’

4자만 빼고 후 주석이 보낸 친서를 빼닮았다. 정상들 간의 이런 신뢰구축 노력을 바탕으로 양안의 해빙 속도가 더 빨라졌던 것이다.

마 총통은 지난해 4월 보아오 포럼에서도 16자 구두 친서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마음을 열었다. 대만의 첸푸(錢復) 양안공동시장기금회 최고고문이 연락책으로 나서 원 총리에게 마 총통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만 해도 ECFA의 앞날에 대해 중국이나 대만 모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때였다.

마 총통은 ‘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너고 서로 돕고 협력을 강화해 미래를 창조해 나가자’는 내용의 친서를 통해 양안의 ‘경제 국공합작’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했다. 이에 원 총리도 ‘미래를 향해 과거의 감정과 원한을 버리고, 밀접하게 협력하고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자’며 16자 메시지로 화답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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