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남들은 ‘오버’ 할 때 크리머 나홀로 언더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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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을 안고 활짝 웃는 크리머. [AFP=연합뉴스]

‘핑크 팬더’ 폴라 크리머(미국)가 오크몬트의 ‘괴물’을 제압했다. 크리머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 골프장(파71·6613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합계 3언더파로 우승했다. 출전 선수 중 유일한 언더파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못한 선수 중 최고’라는 달갑지 않은 딱지도 떼냈다. 이제 크리머는 메이저 1승을 포함해 LPGA 통산 9승 선수가 됐다.

크리머는 시즌 직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세계 최고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그 각오만큼 출발은 대단했다. 2월 개막전 1라운드 첫 4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영광은 이들 4개 홀에서 끝났다. 이후 왼손 엄지손가락 통증이 심해져 제대로 스윙을 못했고 1라운드 후 기권했다. 의사는 “인대 2개가 찢어진 상태”라면서 “이 손으로 어떻게 골프를 했느냐”고 놀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수술을 받고 4개월 동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도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나왔다.

3라운드 후 그는 “아직도 손가락이 온전하지 않다. 솔직히 너무 많이 부어 손가락이 폭발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가락 부상으로 얻은 것도 있다. “쉬면서 성숙했다. 특히 깁스를 하고 앉아 있으면서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고 크리머는 말했다. 치어리더 출신인 크리머는 성격이 차분한 편은 아니다. 코스가 매우 어려워 인내심이 중요한 US여자오픈에서 그 성격 때문에 경기를 망친 경험이 많다.

크리머는 이번 우승 후 “골프에서 인내심과 정신적인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내가 증명한 것 같다”면서 “손가락이 아픈 만큼 우승이 더 달콤하다”고 말했다.

4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친 최나연(23·SK텔레콤)이 합계 1오버파 공동 2위, 합계 2오버파의 김인경(22·하나금융)이 4위, 신지애(22·미래에셋)와 양희영(21)이 3오버파 공동 5위에 올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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