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들에게서 대통령의 지지도에 관한 코멘트를 듣기가 쉬워졌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난 11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참모들이 말하는 최악의 시점은 지난 9~10월. 대통령 지지도의 한계선이라고들 하는 30%를 뚫고 내려가 25% 내외로 폭락했다. "10월에는 아예 응답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반대를 지나 무관심, 체념, 포기로 해석될 수 있는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9월 5일 노 대통령이 MBC-TV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게 좋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천명한 직후 그나마 30%대를 유지하던 지지도가 추락했다. 추세는 10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썰물처럼 가속화했다.
반전의 전기는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11월 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두 정상이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재확인하면서 지지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 무려 7%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주장이다. 자이툰부대 전격 방문도 2%포인트쯤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현상은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이 '관용'과 '포용'을 강조할 때마다 조금씩 지지도가 오르는 점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12월 13일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회에서 "관용은 상대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틀림에 대해서도 수용하고 설득하고 포용해 가겠다"고 했다. "어려운 경제를 못 풀어드려서 국민들 보기에 참 죄송하다"고 머리도 숙였다.
다음날의 CBS 창사 기념식에서도 노 대통령은 "(언론이) 설사 내 뜻을 몰라주고 억울하다 싶어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했다.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만찬에서는 "언론과 긴장관계만이 아니고 건강한 협력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