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再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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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이 3일 개헌문제를 공론화했다.

당 공식기구인 정치개혁특위(위원장 朴相千최고위원)는 ▶4년 중임제 및 부통령제 신설▶내각책임제▶프랑스형 분권적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개헌 등 권력구조 변경문제를 특위 내 헌법소위원회의 공식의제로 설정했다.

이인제(仁濟)의원을 비롯해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 등 구(舊)주류 중진들이 산발적으로 거론해 온 개헌론이 당내 정치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특위가 내건 개헌 명분은 '반(反)부패'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등 권력부패가 결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소산이며, 따라서 부패방지를 위해 권력분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민주당 내 개헌론자들이 거론하는 것은 이원집정부제다. 통일·외교·국방 등의 분야는 직선제 대통령이 맡고, 내정은 원내 다수당이 담당하는 제도다. 이 경우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 소속인 '동거 정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

개헌 시점은 '연내'로 설정하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중진들도 권력 분산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헌 가능성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개헌의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를 돌파하려면 한나라당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회창(會昌)후보가 개헌에 동의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개헌론을 꺼낸 목적은 연대 세력을 넓히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같은 개헌론자라도 朴위원·鄭총무 등 구주류 중진과 의원은 이해타산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의원측은 '반(反)노무현(武鉉)'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는 것 같다. 반면 鄭총무 등은 권력 분산을 통해 '반(反)이회창 연합'을 형성하겠다는 포석이다.

한나라당 내 비주류세력이나 자민련, 정몽준(鄭夢準)·박근혜(朴槿惠)의원 등을 엮기 위해선 권력 분산을 고리로 한 개헌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朴위원·鄭총무 등은 개헌론이 후보 흔들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심 후보가 경쟁력을 상실한 이후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후보측과는 긴장관계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후보는 당의 외연 확대에 반대하지 않고, 8·8 재·보선 후 재경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개헌문제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후보측은 "현행 헌법도 분권적 요소가 강해 얼마든지 책임총리가 가능하다"며 개헌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구주류측은 특위를 통해 "연내 개헌이 안되면 차선으로 당론화 및 대선공약화라도 추진하겠다"(朴위원)는 입장이다. 때문에 개헌론이 민주당 내 권력투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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