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셴코, 정부청사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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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재투표에서 승리한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가 패배를 부인하고, 총리직도 사임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29일 우크라이나 대선 재투표를 참관한 서방 측 선거감시위원단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 우크라이나 대선이 국제 문제로 번졌다.

◆ 정부청사 봉쇄=유셴코 지지자 수백명은 29일 정부 청사를 봉쇄했다. 이날 각료회의를 열려던 야누코비치 총리의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각료회의는 연기됐다.

앞서 28일 오후 9시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는 유셴코 지지자 10만여명이 몰려 있었다. 대형 무대에 오른 유셴코는 "의회가 그를 축출했기 때문에 야누코비치는 더 이상 합법적인 총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회는 지난 1일 야누코비치 내각 불신임안을 채택하고 총사퇴를 요구했었다. 시위대 자경단 대장 발레리 바실륙(38)은 "독립광장 옆에서 한달 이상 막사생활을 하고 있는 유셴코 지지자 2000여명을 이끌고 정부청사를 봉쇄했다"고 말했다.

◆ 대선 후유증 수습=유셴코는 28일"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증진이 우크라이나 외교의 최우선 과제"라며 "내년 취임 이후 2월께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대선 과정에서 친 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었다. 유셴코가 당선될 경우 '탈 러시아, 친 서구화'노선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유셴코는 이 점을 고려, 러시아 다독거리기에 나선 것이다. 또 이날 자신의 최고 측근 여성 의원인 율리야 티모셴코를 야누코비치 후보의 지지기반인 동부 지역에 파견하는 등 대선 후유증 수습에 착수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날 "100% 개표 결과 유셴코 후보가 51.99%, 야누코비치 후보가 44.19%를 얻어 유셴코 후보가 승리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그러나 부정투표 심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대통령 취임식은 1월 중순께 있을 예정이다.

키예프=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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