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밝힌 한·일정상회담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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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18일의 한.일 정상회담 장소였던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의 '정한론 발상지' 논란에 대해 "마, 그냥 가자. 욕 좀 먹으면 되지, 그게 중요한 것이냐"며 개최지를 고수했다고 회담 뒷얘기를 밝혔다.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송년 만찬의 헤드테이블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한국에서 장소 논란이 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쪽 입장을 받아들여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정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 측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작아지는 것"이라며 "괜히 사소한 것 갖고 그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우리도 한 발짝 양보하는 게 더 얻는 게 많다"며 "외교는 큰소리를 치는 것보다 실제 내용이 중요한 것이며 등 뒤에 있는 국민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가고시마는 한반도 정벌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자 일본군 가미카제 특공대의 기지가 있었던 곳이어서 당시 논란이 일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는 직접 만나보니 부드럽고 남을 배려할 줄 알더라"라며 "유골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보니 소신도 뚜렷하더라"고 평가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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