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은 10대들 … 달아나는 성추행 고교생 붙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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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초등학생 성추행범을 붙잡은 10대 청소년 3명이 경찰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지난 3일 오후 2시40분쯤,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초등학생 A양(12)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왔다. 잠시 후 건장한 체구의 고등학생이 같은 화장실에서 나와 PC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게임을 하고 있던 이모(16)군 등 중학생 3명은 ‘초등학생을 때리고 도망가는 것’이란 생각에 고등학생을 쫓아갔다. 고등학생은 건물 입구에서 자신의 자전거 잠금장치를 풀고 있었다. 이군 등은 고등학생의 양팔을 붙잡아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등학생 김모(17)군은 A양을 화장실로 끌고 가 몸을 더듬는 등 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김군을 강제추행 혐의로 5일 구속했다. 이군 등은 표창과 함께 신고보상금 20만원씩을 받았다. 경찰은 “성인들도 범죄 현장을 외면하는 세태에서 중학생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들보다 몸집(신장 1m87㎝)이 큰 성추행범을 붙잡았다”며 표창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서울 북부지법에서는 찜질방 등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10대 청소년 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성모(19)군과 윤모(17)군은 지난해 8월 초 B양(12) 등 초등학생 2명을 데리고 서울 성북구 월곡동의 한 찜질방에 갔다.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 찜질방엔 사람이 없었다. 성군은 B양에게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자고 했다.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것이었다. 성군은 자신이 이기자 B양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B양이 거절하자 성폭행했다. 같은 시각 윤군은 다른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성군은 이런 수법으로 10대 여학생 3명을, 윤군은 2명을 성폭행했다. 이들의 범행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탄로났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강을환)는 성군에게 징역 장기 3년 또는 단기 2년6월, 윤군에게는 징역 장기 2년 또는 단기 1년6월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군 등이 미성년자이고 특히 윤군의 경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지만 범행을 반복해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선언·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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