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盧… 뺨 때려준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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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6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의 간담회장에서 참석자들은 대통령 아들 문제 등에 대한 후보의 소극적 대응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울고 싶은 후보 측의 뺨을 때려준 격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소속 법안 스님은 "이번 지방선거는 후보에 대한 실망감도 상당히 포함됐다"면서 "왜 각종 게이트와 최고 권력자 아들 문제에 민주당은 꿀먹은 벙어리가 돼 한마디 비판도 못했느냐"고 따졌다. 법안 스님은 "후보는 정(情) 때문에 (부정부패 문제를)넘지 못했는데 국민이 보기엔 대단히 답답한 모습"이라며 "국민은 결단을 보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부회장인 임종인 변호사는 "대선 후보가 된 사람이 인정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너무 약하다"며 "좀더 엄격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투명성포럼 공동대표)교수 역시 "정치 비리에 대해서는 '역시 정치인이구나'할 만큼 후보가 시원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갈릴리교회 인명진 목사는 "이 정권이 이럴 줄 알았다"고 혀를 차면서 법적·제도적 조치보다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印목사는 "(1999년) 서울 구로을 재선거 때 보니 그보다 더한 부패 선거가 없더라"며 "(후보가)확고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법을 고친다 해도 국민이 안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답변에서 후보는 인간적 도리보다 지도자의 결단을 강조했다. 후보 측은 이례적으로 간담회의 전 과정을 공개했다.

그래서 간담회가 차별화의 명분 축적을 위한 후보 측의 수순 밟기라는 관측도 나왔다. 당내에선 후보가 곧 청와대를 향해 '칼'을 빼들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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