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투혼이냐 '투르크전사' 힘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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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9일 대구에서 한국과 3~4위전을 벌이게 된 터키는 우리와 낯선 상대가 아니다.

한국팀이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지난 3월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났을 때 독일 보훔에서 터키와 평가전을 가졌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 터키는 월드컵 꿈에 부풀어 일찌감치 본선 최종 엔트리를 소집, 한국과의 평가전에 대비했다.

당시 평가전에서 한국은 터키를 시종 밀어붙이고도 0-0으로 비겼다. 그때 한국전에 선발 출전했던 터키 선수 중 9명이 이번 월드컵 첫 경기인 브라질전에 고스란히 선발 출장했고 터키-코스타리카전에는 8명이 선발로 나왔다. 당시 빠졌던 선수 중 이번 대회에 눈에 띄는 사람은 머리를 삭발한 강렬한 인상의 공격수 하산 샤슈 정도다. 당시 주전들이 고스란히 이번 월드컵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평가전 당시 한국은 황선홍과 최용수가 최전방에 포진하고 윤정환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공·수를 조율하는 3-5-2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듯이 터키는 평가전 때보다 조직력이 탄탄해졌고 미드필드도 강화됐다. 특히 선수들의 파워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으로서는 까다로운 상대와 경기를 갖게 된 셈이다.

히딩크 감독도 3월 평가전 때 "터키는 네덜란드 대표팀과 대결할 때도 경기 주도권을 잡기 힘들었던 강팀"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터키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에 아쉽게도 1-2로 패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8강전에서는 프랑스를 꺾었던 세네갈 돌풍을 연장접전 끝에 잠재웠다. 26일 다시 브라질과 맞붙은 4강전에서는 후반 중반 이후 얻은 수차례 득점 찬스를 아깝게 놓쳐 결승 문턱에서 물러난 강팀이다.

스트라이커 하칸쉬퀴르가 부진에 빠져 한골도 뽑지 못하고 있지만 위미트다발라(2골)·하산 샤슈(2골)·일한 만시즈(1골)·엠레 벨로졸루(1골)·뷜렌트 코르크마즈(1골) 등으로 득점포가 분산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한국으로선 누구 하나 전담 마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에르 레버쿠젠의 왼쪽 미드필더 일디라이 바슈튀르크의 측면 돌파도 위협적이다.

한국은 지난번 평가전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경험을 살려 철저한 압박을 바탕으로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점은 아쉽지만 터키보다 준결승전을 먼저 치러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이번 대회 들어 아직 월드컵 무대에 신고하지 못한 윤정환·현영민·최성용 등 체력이 왕성한 선수들이 기용될지도 관심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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