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보리 의장 성명과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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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사건을 다룬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내용은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친다. 천안함을 격침한 당사자가 북한이라고 밝힌 5개국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지만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북한의 입장도 함께 언급했다. 그리고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격의 주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1996년 북한 잠수정 동해 침투사건 당시에 나온 안보리 의장성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의 입장이 더 반영됐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과 냉전 대립구도가 온존(溫存)하는 안보리 특성을 고려할 때 미흡하나마 주어진 여건에선 최대한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계기로 우리의 천안함 사건 대처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가 단독으로 북한을 향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유보한 상태지만 확성기는 근본 처방도 아니면서 국지전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북한이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서해상에서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막강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에 도발할 경우 궤멸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점을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우리 안보를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다. 그동안 보여준 중국의 태도가 못마땅하긴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정교하고 고차원적인 접근 방법으로 중국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외교 노력을 펼쳐가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론 안보 시스템을 재정비해 북한의 새로운 도발을 사전 차단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평화 만들기 노력’도 가동해야 한다. 이번에 우리는 한반도 정세가 매우 복합적임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이를 토대로 천안함 사건 해결을 넘어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대북·대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