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제청권 규정대로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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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사진)총리가 내년 초로 예정된 개각에서 총리의 각료 제청권을 규정대로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지난 27일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개각 시 신임 장관의 역할과 향후 업무에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 등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의향을 들어본 뒤 거기에 맞는 사람을 찾아 제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청권을 규정대로 행사하겠다"고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과거처럼 청와대에서 내정한 인사를 총리가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식이 아니라 대통령의 뜻에 맞는 사람을 총리가 적극적으로 찾아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드리고 지침을 받으며 이래저래 얘기를 많이 한다"며 "격의없이 나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인사 문제 등 각종 건의에 '총리와 상의하라'며 나에게 힘을 실어준다"며 "내가 역량이 없는데도 일이 자꾸 많아져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3일 노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이례적으로 기내 영접을 나갔던 당시 얘기도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이 나오지 말라고 했지만 보름간 해외순방을 하고 돌아오는데 안 나가기가 미안해 나갔다"며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로 갔더니 대통령이 '밖에 나가니 얘기할 사람이 없다'며 나와 얘기하고 싶다고 해 밤에 2시간 동안 대화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정부가 차기 주미대사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내정한 것은 노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정 발표 20일 전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찾아와 '노 대통령께서 이 총리와 상의하라고 하셨다'며 홍 회장 인선을 알려왔다. 당시 정 장관에게 '괜찮을 것 같다. 생각을 좀 해보자'고 답했으나 홍 회장이 미 대사직을 받아들일지 확신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기발하고 의외의 발상이라고 느꼈다"며 "그 뒤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찾아왔기에 누구의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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