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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APEC은 부산 새로 태어날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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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부산 개최가 3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부산시민들이 APEC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개최지 선정시 활발했던 범시민적 유치운동은 어쩌면 시민들의 그런 기대가 하나로 모인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부산시민들이 APEC에 거는 기대는 무엇보다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있을 터다. '의식족이 지예절'이라 했으니 그런 기대는 당연하다.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일일 것이다.

APEC에 대한 두 번째 큰 기대는 부산이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기회로서의 의미일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나라 정상과 각료.경제인 등이 참여하는 회의이니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도 별로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부산시민들의 APEC에 대한 두 가지 큰 기대가 반드시 이뤄지길 빈다.

내가 생각하는 2005 부산 APEC의 또 다른 의미는 도시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에 있다. APEC을 전후해 부산의 환경이 대폭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부산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온천천과 수영강은 1988년 올림픽이 준 선물이다. 당시 요트경기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 수영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었다.

2002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는 삭막한 회색빛 시가지에 푸른 옷을 입혔다. 당시 국제대회를 목전에 두고 대대적인 조림사업을 펼쳐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도 받았으나 결국 부산을 한층 나아진 푸른 도시로 만들었다.

APEC이 채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민과 관이 함께 힘을 모아 부산의 도시환경 정비에 나선다면 2005 부산 APEC은 부산에 역시 많은 선물을 안겨 줄 것이다. 하천.바다 살리기, 풀.꽃.나무 심기, 간판 문화 개선, 거리 정비,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너지 절약, 쓰레기 감량 및 재활용, 공원 만들기 등 할 일은 너무 많다. 시민들이 먼저 나서 실천할 일이다. 특히 시 당국의 바른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보면 막상 대회가 임박해서야 도시환경 정비 문제가 긴급 현안이 되곤 했다. 그러나 도시환경의 개선은 땜질식의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망이 있어야 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지금도 빠른 게 아니다. 부산 환경의 획기적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 일신, 도시환경의 획기적 개선 등을 APEC의 성과로 만들려면 민과 관의 성숙한 파트너십이 절실해 보인다. 지금부터 함께 지혜를 모아 실천할 일이다.

류광태 녹색도시부산21 추진협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