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과 北의 현대사 연구 민족주의 강조 공통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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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전쟁의 기원』 의 저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이후 미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북한연구자로 꼽히는 찰스 암스트롱(41)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 18일 방한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 주말 마련한 '한국사연구 방법론과 방향모색'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에서의 현대사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 논문에서 1940·50년대 소련의 역사학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왔던 북한의 현대사 연구가 60년대 들어 이와 결별하고 자주성을 강조하게 되는 민족주의화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의 발표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각각 국가 중심의 발전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현대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민족주의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한에서도 한국현대사 연구는 자본주의 발전의 가능성을 가로막은 일제 식민지를 비판에 집중한 민족사학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와 달리 남한의 민족사학은 박정희 정권의 민족주의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강조한 그는 80년대 이후 남한의 학계가 국가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북한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미국의 역사학자 중 유일한 북한 연구자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정치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적지 않지만, 역사학도인 그는 이들에 대해 비판적이다."북한을 연구하는 미국 학자 대부분이 북한 자료를 읽을 능력이 없어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또 한국사를 전공하는 미국 학생들이 '식민지 시대에 몰두하는 편식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비교연구를 강조하는 미국학계에서 자리를 얻기 위해 역사적 경험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식민지 시대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한다.

'미국 역사학계에 비해 한국 역사학계는 방법론이 약하다'고 지적한 그는 미국학계에서 지배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방법론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론 중심의 한국사 연구가 자칫 실제 사회상을 왜곡할 수 있다"며 "한국 사학계의 사실 연구와 미국 학자들의 이론연구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를 따라 2세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연세대 어학당을 거쳐 대학원을 마친 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1년간 연구하기도 했다. 예일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시카고대학 커밍스 교수 밑에서 이남희(UCLA), 마이클 신(코넬대), 핸리 임(미시간대)등과 함께 학위를 받았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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