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청와대, 아태재단 해체등 물밑조율 부패청산案 내달초 나올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주당의 'DJ(김대중 대통령)와의 차별화' 전략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비리 청산 프로그램'을 앞세우며 분위기를 띄우고 한화갑(韓和甲)대표가 청와대 측과 물밑 조율을 맡는다는 전략이다.

후보는 제도개선에 치중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법 제정,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당내 쇄신파가 요구하는 아태재단 해체나 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 탈당 같은 과거비리 청산문제는 韓대표의 몫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월드컵이 끝나면 DJ가 내치(內治)에서 손을 떼고 국방 분야 정도만 담당하고, 내정은 개각을 통해 여야 수뇌부가 동의하는 총리를 임명한 뒤 새 내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차별화를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민주당 핵심부의 인식이다. 金의원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풀려야 한다고 韓대표 측근은 말하고 있다.

韓대표는 물밑접촉을 통해 金의원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淵)대변인은 "(韓대표가)조용한 방식으로 뭔가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과의 조율도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선 후보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하는, 이른바 '6·29식 절연'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시기는 월드컵이 끝난 후인 7월 초께 단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당내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교동 구파인 김옥두(金玉斗)의원은 "차라리 나를 제명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金의원은 그나마 후보에게 호의적 입장을 표명해온 그룹으로 분류된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도 매우 복잡한 문제다. 청와대는 아예 묵살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민주당의 쇄신파는 인적 청산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행동 가능성도 불사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특별검사제 도입▶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며 후보의 부패청산 프로그램의 예봉을 꺾으려 들고 있다. 민주당의 청산 프로그램에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