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구제' 부시 공약…공화당 반대로 무산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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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불법이민자 구제법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회 다수당이자 부시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서 반대하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불법이민자 구제 방침에 반대하는 의원 70명을 이끌고 있는 톰 탠크레도(공화.콜로라도) 의원은 지난 27일 "그런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대선(11월 2일)의 유세 과정에서 히스패닉 표를 잡기 위해 '불법체류자라도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증빙을 제출하면 3~6년짜리 임시 노동비자를 내주고, 나중에 이들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할 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현재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약 1000만명에 달하는데, 그중 절반가량이 멕시코 출신이다. 부시의 재선에는 이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던 만큼 이제 와서 공약을 거둬들이기도 난처한 입장이다. 2000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표의 35%를 얻었던 부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선 40% 이상 득표한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공화당 후보들의 20%선에 비해 매우 높은 득표율이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공화당에선 이민정책을 더욱 빡빡하게 운영해 오고 있다.

멕시코 접경지대의 경비를 강화한 것도 그런 예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9.11테러 공모자들이 뉴저지주 운전면허증을 소지했던 점을 들어 외국인들의 면허증 취득요건을 강화하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 공약을 지키려면 야당인 민주당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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