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식지않는'베컴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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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베컴 열풍'이 그가 떠난 뒤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27)이 소속한 잉글랜드팀은 8강전에서 브라질에 진 뒤 지난 23일 귀국했지만, 일본팬들은 그의 체취를 조금이라도 잡아두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베컴은 귀공자풍의 빼어난 외모뿐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는 경기로 월드컵 기간 중 일본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효고(兵庫)현 쓰나초(津名町)는 베컴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벌써부터 그를 사모하는 여성팬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잉글랜드팀의 훈련캠프였던 이 지역은 베컴과 마이클 오언의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쓰나초는 이미 베컴 등 잉글랜드 선수들의 사인과 포지션을 기록한 기념비를 만들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2천만엔(약 2억원)을 들여 연습구장에 이들의 동상을 세울 계획"이라며 "동상과 관련한 초상권 문제에 대해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팬들은 베컴이 출연한 영국 영화인 'Bend it like Beckham'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제작된 이 영화는 베컴의 플레이에 고무된 인도계 영국 소녀가 여자축구단에 입문,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는 내용으로 베컴이 우정 출연했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초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언론도 "베컴이 기회가 되면 J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던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영화배우로서 일본을 다시 방문할지 모른다"며 잔뜩 기대하고 있다.

또 화제의 신간 '베컴'은 일본 내에서 판매부수가 17만부를 돌파했고, DVD·사진집 등 그를 소재로 한 각종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베컴의 인기를 반영하듯 그의 이름을 딴 신종 컴퓨터바이러스(England Win Worldcup With Beckham)까지 등장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편 8강전 직후 베컴과 유니폼을 교환했던 호나우두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베컴의 유니폼에서는 땀냄새 대신 향기가 났다"고 밝혀 일본 여성팬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사이타마=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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