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조커' (해결사) 차두리 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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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차붐 주니어' 차두리(22·고려대)가 25일 열리는 독일과의 4강전에 출전할까.

모두가 지친 상태, 더구나 가장 힘이 필요한 독일과의 경기에서 차두리는 최소한 교체 선수로라도 출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후반 종료 직전 전광석화같은 오른발 오버헤드킥을 시도, 비록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기술이라고는 전혀 없는 어설픈 재목'이라는 편견을 씻어냈다.

차두리의 출전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어느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두리 팬이나 아버지 차범근씨뿐이 아니다. 어쩌면 독일 축구팬과 관계자들이 더 간절히 고대할지 모른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기록되고 있는 차범근씨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독일에서 '차붐'의 아들은 적잖은 인기와 기대를 모으는 듯하다.

차범근씨가 활약했던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바이에르 레버쿠젠은 구단주가 직접 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스카우트 의사를 밝혀 놓고 있다. 당장 1부리그에서 뛰지 못할 실력이면 2, 3부리그에 출전시키면서 집중 조련해 단기간 내 1부리그 선수로 만들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다. 몸이 단 레버쿠젠에 비해 "나의 꿈은 독일의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것"이라는 차두리의 꿈은 너무 당차다.

그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은 차두리를 후반 교체멤버로 기용했다. 폴란드전에서는 종료 직전 '시간끌기용'이었지만 이탈리아전에서는 힘과 스피드,체력을 겸비한 차두리를 가장 필요한 시기에 교체 카드로 뽑아들었다.

차두리가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험 부족 때문이다. 차두리의 득점력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과의 경기는 상황이 다르다. 이탈리아·스페인전에서 연장 승부를 거듭하며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공격수들 가운데 안정환·설기현·박지성 등은 탈진 상태다. 더구나 독일은 힘과 높이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디로 보나 차두리가 출전해야 할 상대인 것이다. 경기 당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비까지 내린다면 황소같은 청년 차두리의 플레이가 더욱 돋보일지도 모른다.

차두리는 23일 훈련을 마친 후 2백여 내외신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한국팀을 대표해 인터뷰하는 영광을 누렸다. 차두리는 "독일대표팀과의 경기는 내가 항상 꿈꿔왔는데 월드컵 4강전에서 이루게 돼 기쁘다"며 "독일보다 휴식시간이 하루 적어 걱정되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을 충분히 대비해온 만큼 이틀간의 휴식으로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진석 기자

◇차두리는

▶1980년 7월 2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생·89년 입국

▶1m83㎝·75㎏

▶레버쿠젠 유소년팀-울산 양정초-배재중-배재고-고려대

▶포지션:FW

▶A매치 데뷔:2001년 11월 8일 세네갈 평가전

▶A매치 기록:15경기 1득점

▶대표 경력:2001년 올림픽 상비군 및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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