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봉사자들에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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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강 기적의 환호 뒤에는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스페인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순간 뙤약볕에 서 있던 경찰은 기쁨의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감정을 절제하곤 임무에 들어갔다. 5백만명의 인파가 거리에서 쏟아내는 함성과 붉은 물결,경적과 행진이 대형 사고와 탈선으로 옮아가지 않도록 인파와 열기를 분산시켰다. 그리고 도심 도로 일부를 차지한 채 마음 놓고 어깨동무하고 목청을 높이는 장면을 경찰은 먼발치에서 조심스럽게, 기술적으로 보살폈다. '대~한민국'의 길거리 응원은 붉은 악마와 시민이 만든 위대한 작품이지만 그 무대 뒤에는 거리의 열광을 보호하는 경찰의 땀과 고생이 있었다.

119 구조대원도 그 무대 뒤편에 있었다. 30도 가까운 더위 속에서 응원하다 일사병에 걸리거나 탈진한 환자를 긴급 후송하는 119 구조대원들의 표정은 월드컵의 국민적 감동을 관리하는 책임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사상 최대의 응원 인파가 사라진 거리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구슬땀은 그 무대를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월드컵 경기장 안팎에서 밤 늦게까지 응원 나온 시민들을 안내하고, 경기 운영 지원·질서 유지에 노력하며, 경기 종료 후 청소도 도맡아 했던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노고 또한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이들의 환한 미소는 우리 사회의 저력과 공동체 의식을 확인해 주고 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만큼 우리 사회의 기반은 단단하고,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BBB(휴대전화를 통한 언어·문화봉사단)회원들도 그 무대 뒤 한쪽에서 열심히 활약했다. 지난 2개월간 외국인들에게서 1만5천통의 통역 전화가 쏟아진 것은 BBB 운동이 길거리 응원처럼 경쟁력 있는 문화 인프라로 등장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4강 신화의 기쁨을 조금만 쪼개 이들의 수고와 땀에 박수를 보내자. 그들이 세계가 주목하는 지구촌 축제의 성공을 남 몰래 도와 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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