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편파판정'시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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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일 월드컵의 취재 준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최국'과 '개최국'의 차이를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주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림픽의 경우 대회를 치르는 나라가 주최국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대회 수입과 지출을 결정하는 등 많은 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월드컵은 다르다. 어디에서 열리든 주최는 한결같이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중계권이나 마케팅 사업 등 모든 권한은 FIFA가 갖고, 개최국은 장소만 빌려주는 것이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오심(誤審)'과 '편파 판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지난 18일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 측에서 심판 판정에 심한 불만을 표했다. 국내에서도 "심판이 한국을 너무 봐준 것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편파 판정' 여부다. 즉 심판이 홈팀인 한국을 봐주기 위해 고의로 한국에 유리하게 판정을 했느냐다. 적어도 당시 이탈리아전에서 편파 판정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심'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오심은 말 그대로 잘못 판정한 것이다. 심판의 실수인 것이다. 심판이 신(神)이 아닌 이상 오심은 필연이다. 어떤 대회, 어떤 경기, 어떤 장소에서도 오심은 발견된다. 그 결과 이익을 본 팀과 억울한 팀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고의가 아닌 이상 그것 역시 경기의 일부분이다. 지난 17일 브라질-벨기에의 16강전에서 벨기에의 선취골을 공격자 반칙으로 선언했던 주심은 "나중에 다시 비디오테이프를 보니 내가 오심을 했더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거나 주심이 매장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를 편파 판정으로 몰아갔다. 심판에 대한 불만의 정도가 지나쳤고, 자국 언론의 대응도 점잖치 못했으며, 안정환 선수에 대한 페루자 구단의 반응도 해괴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역시 월드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자. 이 일로 인해 한국과 이탈리아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이 자칫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될까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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