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방출 미정" 페루자 한발 후퇴 FIFA 제소 등 伊 분위기 아직 격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안정환 선수를 인신공격하며 내쫓으려던 이탈리아의 소속팀 페루자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해명에 나서는 등 한발 물러섰다.

페루자의 알레산드로 가우치 단장은 20일 축구 전문 사이트인 사커리지닷컴(www.soccerage.com)과의 인터뷰에서 "안선수 파문은 전적으로 오해에서 비롯한 일"이라며 "그의 방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친인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는 안선수가 이탈리아 축구와 페루자를 모욕하는 말을 한 것으로 오해해 극언을 했었다"며 "사실 부친은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날까지도 안선수를 칭찬했었다"고 설명했다.

안선수가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넣었기 때문에 방출된 것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가우치 단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그럼 안선수가 골대 밖으로 공을 찼어야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안선수와 재계약 여부는 팀의 전력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져 결정할 것"이라며 "아시아 축구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호의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세 코스미 감독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정환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며 "구단이 다음 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LA타임스는 20일 안선수를 미국 프로축구팀인 LA갤럭시로 영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신문은 "'돈이 없고 길 잃은 염소'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페루자의 가우치 구단주는 불쌍하고 착각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며 "안선수가 갤럭시로 온다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한인 관중 동원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격앙돼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안정환 등 외국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서 뛰는 것을 제한할 방침이다. 마리오 페스칸데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20일 의회에 출석해 "유럽연합(EU) 출신이 아닌 선수들에게는 세리에A의 문호를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영 방송인 RAI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 중이다. RAI는 "심판의 오심으로 이탈리아가 16강전에서 탈락해 월드컵 시청자와 광고수입이 줄어들게 됐다"며 "현재 소송과 관련한 법률적인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