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언론 판정 항의도'경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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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탈리아 언론들이 연일 한국-이탈리아전의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사기극' '완벽한 범죄' 등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의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현지 신문인 '일 템포'는 "고약한 주심이 프란체스코 토티를 퇴장시키고, 다미아노 톰마시의 진정한 골든골을 무효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톰마시가 '누군가 말리지 않았다면 심판을 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코리에 델라 세라'도 "주심과 부심은 살인청부업자를 연상케 했다"며 "역대 월드컵에서 이렇게 부당한 취급을 당한 팀은 없었다"고 전했다.

'라 스탐파'는 골든골을 넣은 한국의 안정환 선수에 대해 "2년이 지나도 이탈리아어를 배우지 못했고,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스파게티를 싫어했다"며 인신공격성 기사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팀인 인터밀란의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는 "주심이 이탈리아를 겨냥해 불공정한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소신발언을 했다.

그는 "주심이 홈팀에 다소 유리하게 판정을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역대 월드컵에서 늘 그래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이탈리아가 패배한 진정한 원인은 심판의 오심이 아니라 투지 부족·전략 미숙·선수 노령화 등 이탈리아팀 스스로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이탈리아가 이번 월드컵에서 심판 판정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제소까지 들먹이고 있지만 으름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이론 모레노 주심의 고국인 에콰도르 언론들도 모레노 주심의 판정을 옹호하고 나섰다.

현지 일간지인 '엘 유니베르소'는 "모레노 주심은 경기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해 엄격하고 냉철한 판정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모레노 심판은 에콰도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양심은 깨끗하다"며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졌을 때 받게 되는 충격은 이해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이 자신의 실수는 보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할 사람부터 찾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에메 자케 전 감독은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격찬했다.

현재 프랑스축구협회 기술위원인 자케 전 감독은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이탈리아는 한국의 압박·속도·팀플레이에 질식했다"며 "한국은 세계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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