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미 兩强체제서 군웅할거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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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럽·남미의 양강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일 월드컵이 18일로 16강전을 마치고 치열한 8강전에 접어들었다. 8강에 진출한 나라들을 대륙별로 분류하면 유럽 4(잉글랜드·독일·스페인·터키), 남미 1(브라질), 아프리카 1(세네갈), 북중미 1(미국), 아시아 1(한국)이다. 과거 월드컵 때마다 상위권을 나눠 가졌던 유럽과 남미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반면 제3세계 국가들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한국이 8강에 진출,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북중미·남미 5대륙이 모두 8강에 포함되는 신기원을 열었다. 축구의 양강체제가 군웅할거 시대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아시아의 약진

월드컵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과 일본의 선전은 이번 대회 최대 사건 가운데 하나다. 아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44개국이나 등록, 아프리카·유럽에 이어 셋째로 많은 회원국수를 기록하고 있으나 역대 월드컵 성적은 미미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의 8강 진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 진출이 가장 좋았을 뿐이다.

공동 개최국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것도 작용했으나 한국과 일본의 도약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이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내 프로축구리그의 정착▶조기 해외 유학의 활성화▶외국인 지도자의 적극적 영입 등을 통해 세계 축구의 흐름에 동참한 것이 적중했다. 특히 양국간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도 한·일 동반 상승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빅리그 진출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전력의 평준화다. FIFA랭킹 1,2위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탈락에서 볼 수 있듯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국가들의 전력차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3세계 국가들의 전력상승의 원동력은 잉글랜드·스페인 등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에게서 비롯한다. 세네갈은 본선 최종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미국도 클라우디오 레이나(잉글랜드 선덜랜드) 등 절반 정도가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의 선진축구에 대한 경험이 자국 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정상급의 축구 수준에 자연스럽게 다다를 수 있었다.

▶남미의 추락

이번 대회 5개국이 참여한 남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브라질만이 유일하게 8강에 올랐을 뿐 아르헨티나·우루과이·에콰도르는 조별 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보인다.

남미의 몰락은 개인기 축구의 퇴조와 맥을 같이한다. 유럽에서도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처럼 현대 축구의 특징은 탄탄한 체력과 거친 몸싸움을 바탕으로 미드필드부터 조여드는 '압박축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선수 11명이 유기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 축구'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체력과 조직력을 겸비하지 못한 개인기는 더 이상 설 곳이 없게 됐다.

대전=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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