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단체 연회 사라지고, 가족끼리 행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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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공업대 학생들이 지난 25일 부산 수정동 미애원을 방문,선물을 전달하고 함께 즐기고 있다.송봉근 기자

부산 롯데호텔의 11개 연회장이 연말까지 예약이 매진됐지만 마케팅 관계자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예년에 비해 행사가 실속형으로 바뀌어 호텔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도 경비가 적게 드는 중국.일본.동남아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아원.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온정의 발길이 조금 줄어들었다. 불경기 여파로 연말을 알뜰하게, 조용하게 보내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 호텔 행사 규모 줄어=롯데호텔 관계자는 "올해 연회 행사의 매출이 지난해 보다 10~20% 줄어들 것 같다"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불황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100명 이상 참석하는 큰 행사가 많아야 수입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기업체.동창회 등이 행사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 그랜드호텔의 경우 50명 안팎이 참여하는 행사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체의 송년행사 등 대형 행사는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랜드호텔 이기석 계장은 "기업이 주최하는 큰 행사는 줄고 친목회.동호회 등 작은 모임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는 가족 손님이 늘어났다.

뷔페식당의 경우 24일에는 예약자가 너무 많아 별도 뷔페를 마련했다.

여은주 홍보실장은 "31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객실은 100% 예약이 됐다"며 "큰 행사 보다는 가족 위주의 고객 덕분에 연말에 반짝 특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값싼 여행상품 인기=부산에서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은 3박4일짜리 30만~40만원대의 중국.일본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백만원 하는 유럽.미주행은 상품 자체도 별로 없다.

부산~일본 오사카 항로를 운항하는 '팬스타드림'호 운영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 김보중 과장은 "비용이 적게 드는 상품을 찾는 여행객이 많다"며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생 단체 여행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 수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저가상품을 찾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복지시설 온정도 줄어=강서구 천가동 소양보육원 지형식 원장은 "요즘 예고 없이 방문해 성금.생필품 등을 전하고 가는 사람은 예년에 비해 줄었으나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단체.개인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 시설인 연제구 연산동 성우원의 한 관계자는 "신규 후원자는 늘지 않지만 이미 후원을 약속한 사람은 경기에 관계 없이 정기적으로 찾아온다"며 "금액 보다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공동모금회에 12월 들어 26일까지 기탁된 성금은 11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10억500만원 보다 늘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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