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 그날 바다 밑에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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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 해역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해저 지진과 해일이 휩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도.태국 등 남아시아의 해변은 처참했다.

그러면 진앙지인 수마트라 인근 해역 바다 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진앙지에서 북쪽으로 1000㎞에 이르는 단층대에 균열이 생겼다고 밝혔다. 수마트라 주변을 지나는 유라시아 지각판과 호주.인도 지각판 등 두개의 지각판이 서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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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해저면은 양손의 손바닥을 어긋나게 마주붙였을 때 한쪽 손바닥은 올라가고, 다른 손바닥은 내려가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지형이 바뀌었다. 이처럼 단층에 거대한 균열이 생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단층이 서로 어느 정도 어긋났는지는 아직 실측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박사는 "1999년 대만 인근 해저에서 일어난 지진의 경우 11m 정도 단층이 어긋난 점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의 이번 지진에 의한 단층 어긋남은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구의 지각은 12개 판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수마트라섬 주변을 지나는 두 지각판의 충돌은 가공할 해저지진과 쓰나미를 만들었다. 두 지각판은 연평균 6㎝ 정도 움직이며 서로 맞붙어 밀고 있다. 평상시에는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다 어느 한쪽의 힘이 밀리면 이번과 같은 대지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단층이 크게 어긋날 정도의 해저지진이 일어나면 단층이 위.아래로 어긋난 것만큼 그 위에 가득 고여 있는 바닷물이 해저면에서부터 해수면까지 통째로 일렁인다.

이번 지진 때 단층은 처음 진앙 근처에서부터 꿈틀대면서 어긋나기 시작해 무려 1000㎞에 이르는 긴 구간을 이어갔다. 이렇게 단층이 어긋나는 현상은 마치 종이를 찢을 때 결을 따라 이어지면서 쭉 찢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 일렁인 바닷물도 덩달아 거대한 쓰나미로 연이어 변해 주변 국가의 해안을 덮쳤다. 1000㎞에 이르는 지각변동이 이번 피해를 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쓰나미는 깊은 바다에서는 파도가 낮더라도 해안가에 다가갈수록 파도의 높이를 더하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카치오키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의 경우 깊은 바다에서는 파고가 30㎝ 정도였으나 해안에 밀어닥칠 때에는 4.4m에 이르렀으며, 24시간이나 계속됐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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