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 판매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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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를 끌던 액화석유가스(LPG) 승합차(7인승 이상)가 연비와 힘을 앞세운 디젤차에 밀리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LPG차량은 2000년 전체 승합차 판매대수(48만1백40대) 중 30만56대로 62.5%를 차지했으나 올 1분기에는 16%까지 뚝 떨어졌다.

반면 디젤차는 2000년 17만8천5백4대로 37.2%를 차지한 뒤 지난해에는 87%까지 치솟았다. 올 1분기에는 디젤차 출고가 적체 현상을 빚는 바람에 다소 주춤해져 82%를 기록했다.

LPG차 판매가 격감한 것은 휘발유의 20% 수준에 불과했던 연료가격이 계속 올라 이달 현재 45%를 넘어서 경제성 매력이 줄었고 도심에 충전소가 부족해 불편하기 때문이다.

디젤차와 LPG차를 모두 생산하는 현대 싼타페의 경우 LPG차 판매 비중이 2000년 75.1%에서 지난해 6.9%로 뚝 떨어졌고 올 1~5월에는 4.4%로 더 낮아졌다.

디젤차는 신형 디젤엔진(커먼레일)이 개발된 이후 소음·진동이 감소한 데다 연비가 LPG차보다 30~50% 이상 좋은 점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기아 카니발의 디젤차 비중은 2000년 67.2%에서 지난해 93.8%로 높아졌고 올 1~5월에는 96.6%까지 높아졌다.

기아 관계자는 "올 1월 카니발에 신형 커먼레일 디젤을 단 모델을 선보이자 LPG차를 찾는 고객들이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1ℓ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하는 연비는 디젤차용 경유를 1백으로 봤을때 휘발유가 80~85, LPG는 60~65 수준이다.

따라서 6월 현재 경유 1ℓ가격이 6백40원으로 LPG(1ℓ 6백20원)보다 20원 비싸지만 연비를 따지면 LPG보다 훨씬 싸진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초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유종간 가격차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ℓ당 100:44:22로 돼 있는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을 2006년 7월에는 100:70~80:55~65로 조정하는 석유류 세제 개편 계획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소음을 줄인 신기술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디젤 승용차를 허용하는 논의까지 일고 있어 당분간 디젤차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디젤차의 단점은 엔진이 LPG·휘발유보다 무겁고 가격도 1백만~2백만원 정도 더 비싸다. 사고가 날 경우 수리비가 배 이상 들고 차가 노후화하면 매연이 많아지면서 소음이 커지는 것도 단점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LPG는 청정 연료인 데다 정숙성이 뛰어나고 최근에 힘까지 보강된 엔진이 출시됐다"며 "가격이 디젤의 50% 수준만 유지되면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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