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정시모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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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 숙희

서울의 여고 1년생

그의 꿈은 불문학도.

프랑스로 유학 가

시에 흠뻑 빠지고 싶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학교에선 프랑스어를 못 배웁니다.

신청한 애들이 적어

내신석차 백분율이

불리하기 때문이라네요.

입시 앞에서

숙희의 희망과목 따위는

학교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2. 영욱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그의 꿈은 과학자.

환경오염이 심각한 이때

대체에너지를 만들겠답니다.

하지만 주변에선 말립니다.

이공계는 가지 말라면서.

"이공계 가서도 의대 가려고

자퇴하는 사람 투성이더라."

배 부르고 등 따습게

사는 게 최고라며.

#3. 기성

꼬마 때 꿈은 역사학자.

국사, 동양사, 서양사

구분도 못했지만

꿈틀대는 역사를 만나겠다며.

하지만 대입원서엔

고시 보기 쉬운 과를 써냈죠.

입신양명을 준비하는 그에겐

하루하루 꿈이 바래는 소리….

"현실을 선택하고 나니

어린 시절의 내게

한없이 미안하다."

선택의 계절,

여러분은 어느 길을 택했나요.

*27일 전국 대학의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마감됐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이 모두에게 중대한 선택이 됐을 것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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