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국립중앙박물관 새 유물 100점 집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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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려 공민왕 시대 금동보살좌상. 보계(상투)가 높게 솟아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눈과 입 끝이 살짝 웃고 있는 듯 온화한 표정, 상투처럼 높이 틀어 올린 머리카락은 두 귀 옆으로 몇 가닥을 드리워 내렸다. 당당하고 우람한 자세, 신체 전반에 걸쳐 있는 가는 영락장식띠, 단정하게 묶은 띠매듭. 이른바 고려시대 후기에 유행한 ‘단아양식(端雅樣式)’ 계열의 전형적인 작품으로 고려불상의 명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이 금동보살좌상을 비롯, 고려 왕실무덤 출토품 등 100여 점의 신규 유물을 8일부터 상설전시관 1층 고려실에서 공개 전시한다.

박물관에선 2009년 금동보살좌상을 구입한 뒤 보존처리와 과학적 분석을 마쳤다. 분석 과정에서 금동보살좌상 표면의 검은 칠은 골분(骨粉·뼛가루)이 섞여 있는 옻칠로 확인됐다. 골분을 섞어 만든 옻칠기법은 통일신라시대 이전부터 시작돼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한국 고유의 전통 칠기법이다. 파주 고려벽화묘(14세기) 출토 칠편 등에서 확인된 바 있다. 표면에 금박을 입히기에 앞서 울퉁불퉁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기 위한 작업으로 추정된다. 칠 부분에 대한 방사성 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불상의 제작연대는 고려 공민왕대인 1370년경으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이 불상은 뛰어난 주조기법으로 표현된 귀족풍의 우아한 조각기법을 통하여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이어지는 우리 불상의 흐름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신설된 ‘무덤에 담긴 고려 왕실의 문화’ 코너에선 최근 강화 고려 왕실무덤에서 발굴된 청자와 화려한 장신구, 기와와 용머리, 수레굴대부속품 등을 전시한다. 강화로 천도했던 대몽항쟁기 고려 왕실 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려 사람들의 삶’ 코너에선 충남 태안 해저 보물선에서 인양된 고려청자와 석탄·조·메밀 등의 생활자료를 선보인다. 운반의 편의를 위해 몇 십 개의 청자 대접을 하나의 꾸러미로 묶고, 물품의 수신자 등을 적은 목간을 매단 모양을 한 ‘청자꾸러미’도 복원해 전시한다. 당시의 식생활과 물품의 운송 방법 등 여러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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