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ㅅ’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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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해수욕장의 피서객들이 짙은 안갯속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다.” “북한산 텅 빈 겨울 숲이 안갯속에 들어 있다.” 이 문장들의 ‘안갯속’은 ‘안개 속’으로 표기해야 옳다. 문맥을 살펴보면 진짜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피서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겨울의 숲이 안개 속에 묻혀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안개 속’은 진짜 자욱한 안개 속을 말하는 것이고, ‘안갯속’은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이다. “민주 원내대표 경선 안갯속” “월드컵 16강 진출 팀 안갯속” “하반기 증시 예상 안갯속”을 생각해 보라. 이처럼 ‘ㅅ’ 하나가 의미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머릿속’은 상상이나 생각이 이뤄지거나 지식 따위가 저장된다고 믿는 머리 안의 추상적인 공간을 이른다. ‘머리 속’은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두개골(頭蓋骨) 안의 구체적인 공간을 가리킨다. ‘뱃속’(속마음)과 ‘배 속’(배의 속, 腹中)도 뜻이 다르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의 아기를 가리킬 때 ‘뱃속의 아기’가 아니라 ‘배 속의 아기’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바닷속’은 실제 바다의 속[海中]을 말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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