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60명중 42명 "DJ와 완전히 갈라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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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의원들이 김대중(DJ)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본지가 민주당 의원 6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42명이 청와대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차별화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동교동계 구파 의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물론 동교동 출신 의원들, 정세균(丁世均)·이정일(正一)의원 등을 비롯한 일부 호남의원들, 전직 장관 출신의 의원들마저 차별화 주장에 가세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모든 것과 절연해야 한다"(咸承熙의원)는 의견도 나왔다. 신기남(辛基南)최고위원은 "노무현(武鉉)후보는 서서히 차별화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낭만적인 것은 안 통한다"면서 "정치란 표를 먹고 사는 건데,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차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은 차별화를 위한 수순으로 이미 제기된 ▶홍업(弘業)씨 검찰 출두 및 김홍일(金弘一)의원 탈당▶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아태재단 해체 등을 들었다.

동교동 출신의 이윤수(允洙)의원은 "개인적으로 DJ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곤란하지만 어쨌건 이런 상황의 원인 제공은 DJ와 그 가족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朴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호웅(浩雄)의원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DJ는 朴실장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은 국민을 상대해 정치를 해나가야지 청와대나 DJ의 눈치를 봐선 안된다"며 "야당이 각종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야당과 정부 비리를 같이 파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홍업씨 수사를 비롯해 비리정국의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는 청와대 사람들이 아직도 상황을 호도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장난질이나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 사태수습의 본질"(鄭大哲의원)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순형(趙舜衡)의원은 "DJ의 국민사과를 포함해 이한동(漢東)총리·박지원 실장 등에 대한 과감한 인사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교동 출신 의원들은 소수였지만 저항의 강도는 거셌다. 향후 심각한 내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조재환(趙在煥)의원은 "권노갑(權甲)전 고문은 감옥에 갔는데 무슨 일만 있으면 쇄신파들이 당을 혼란에 빠지게 하면서 빨갱이란 수모를 받으면서까지 끌고온 당을 반쪽으로 만들었다"며 "전국구만 아니면 벌써 당을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평(訓平)의원도 당내 현안을 묻는 질문에 "우리 당은 회의고 뭐고 필요없고 모든 것을 쇄신파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민석·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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