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조문화재 도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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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라시대 유물의 보고인 경주에서 최근 석조 문화재 도난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김성구)내 야외 전시장에서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인상이 도난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번엔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표충사터와 신원사터에 있던 탑의 옥개석들이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44) 소장에 따르면 경주시 황룡동 산 79의 1 표충사터에 무너진 채로 방치돼 있던 탑의 탑신이 1999년 이미 도난당한데 이어 최근 확인 결과 옥개석(사진)마저 없어졌다는 것이다. 황 소장은 또 인근 탑동 858의 6 신원사지에 비슷한 상태로 있던 탑의 옥개석도 없어진 것을 확인,도난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황 소장은 "최근 경주 지역에 별장형 주택이나 대형 음식점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데, 이 같은 건물의 조경석이나 초석, 장식용 석물 등의 상당수가 신라시대 유적 등에서 음성적으로 흘러나온 유물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최근 한 발굴 전문가가 대형 석물을 운반 중인 트럭을 발견, 뒤쫓은 결과 미발굴 유적에서 출토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구체적 발굴 장소와 시기 등을 밝히지 못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이건무 관장은 경주박물관 석조유물 도난사건과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 관장은 "도난 사실 확인 후 야외 전시 유물 가운데 소형 16점은 전시실로 옮기고 44점은 감시가 쉽도록 재배치했다"고 밝히고 "CCTV 설치에 이어 적외선 감시장비 등도 설치하는 등 도난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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