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압승 … 수도권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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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3일 실시된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전국 2백77개 개표소에서 투표함의 뚜껑을 연 결과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시·도지사)선거에서 서울(明博)·경기(孫鶴圭)·인천(安相洙)·부산(安相英)·경남(金爀珪)·울산(朴孟雨)·대구(曺海寧)·경북(義根)·충북(元鐘)·강원(金振?) 등 10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대전시장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염홍철(弘喆)후보가 자민련 홍선기(洪善基)후보를 꾸준히 앞서나갔다.

이로써 1998년 지방선거에서 영남의 5개 시·도와 강원에서 6명의 광역단체장만 배출했던 한나라당은 전국적으로 광역단체장 확보지역을 넓히며 대승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패(全敗)했던 수도권 세곳에서 이김에 따라 오는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에 섰다.

반면 98년 선거에서 서울시장·경기지사를 비롯해 6명의 광역단체장을 낸 민주당은 광주(朴光泰)·전남(朴泰榮)·전북(姜賢旭) 등 호남 세곳과 제주(禹瑾敏)에서만 앞서나갔다.

자민련은 충남(大平)에서만 승리해 오랜 지지기반인 충청지역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자민련은 98년 선거에서 4명의 광역단체장(대전·충남북·인천)을 배출했었다.

이같은 선거 결과는 정국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촉발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압승과 민주당·자민련의 참패 원인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아들들 비리 등 현 정권의 부정부패에 실망한 국민이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의 재신임 여부와 선거패배 책임 문제를 놓고 당내 분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은 소속 의원들의 동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광역·기초단체장 등 모두 4천4백15명의 지역일꾼을 뽑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8.0%에 그쳐 전국 규모의 선거사상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던 98년의 52.7%보다 4.7%포인트 낮은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율 저조의 이유로 ▶월드컵으로 인한 선거 무관심의 확산▶정당·후보간 극심한 흑색선전·비방전에 따른 정치불신 고조▶지방자치의 중요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부족 등을 들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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