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직위 홍보대행 버슨 마스텔러社 매튜스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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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월드컵을 통해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작업은 월드컵 폐막 이후가 진짜 본선 게임입니다."

한국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요청으로 해외 언론 등을 상대로 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메리트 버슨 마스텔러의 브라이언 매튜스 (사진) 대표이사는 "정보기술(IT)강국과 아시아 거점으로 도약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세계에 확실히 알리기 위해선 단발성 이벤트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8년 한국 정부를 위해 서울 올림픽 홍보를 맡았던 매튜스 대표는 "올림픽 기간에만 '반짝 홍보'가 이뤄졌을 뿐 폐막 이후 한국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전략이 부족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특정 지역 한 곳에서만 열리는 올림픽보다 전국에서 분산 개최되는 월드컵은 한국을 알리는 데 몇십배 더 큰 효과가 있다"며 "특히 한국이 공동 개최국인 일본보다 훨씬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 이미지를 높이는 과정엔 걸림돌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 그가 꼽은 것은 정부의 유연성 부족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매우 창의적이고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위가 훨씬 못한 말레이시아나 태국이 국가 이미지 마케팅에선 훨씬 앞서가는 것을 주시해야 합니다."

한국 축구대표선수들이 유기적인 조직력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국가 이미지 업그레이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부처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역할을 분담하는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주한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한국 이미지 설문 조사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튜스 대표는 "방한하거나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정보가 있는 데다 우호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객관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알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을 모르거나 방문 기회가 없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의 이미지를 묻는 기초 조사를 강화해야 정확한 홍보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 매튜스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이미 다국적 기업화한 한국의 대기업들 중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을 제외하면 일관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월드컵 기간에 KT 등이 월드컵 열기를 자사의 앞서가는 기술과 연결시키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다"고 덧붙였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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